1. 소개
퇴마, 오컬트 장르를 고집해 온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 '사바하' 이후 세 번째 장편 영화로 파묘라는 제목은 '발굴하다, 파내다' 정도의 뜻을 가진 영화입니다. 미국 LA에서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납니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합니다.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터에 자리한 기이한 묘를 보고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고 나와서는 안될 것이 나왔습니다.
2. 등장인물
땅을 찾는 풍수사 김상덕(최민식)은 높은 입지와 평판을 가진 지관으로 화림이 제안한 의뢰의 묫자리를 살펴보고는 불길함을 느껴 거절하려고 하지만 결국은 맡기로 결정합니다. 원혼을 달래는 무당 이화림(김고은)은 젊은 나이에도 용하다고 소문이 난 무당으로 실리주의적이지만 직업이 직업인지라 나이 차가 꽤가 많이 나는 어른들 앞에서도 할 말을 다하는 등 기가 셉니다. 예를 갖추는 장의사 고영근(유해진)은 대한민국 명인 인증을 받았고 방송 출연도 여러 번 해서 꽤 알려진 인물입니다. 속물적인 면이 강하지만 그만큼 유연하기도 한 캐릭터로 관객과 가장 가까이서 질문과 답을 던지기도 합니다. 경문을 외는 법사 윤봉길(이도현)은 굿판에서 북을 치는 악사이자 경문을 읊는 법사이면서 귀신을 몸에 담는 신주 노릇도 할 수 있습니다. 무당 화림과 함께 활동하며 남매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3. 영화의 세계관
파묘 속에는 혼령, 정령, 도깨비 등이 실존한다고 믿습니다. 풍수지리사 상덕과 카이스트에서 우주공학을 공부하는 그의 딸이 상덕은 사실은 별반 다름없다고 봅니다. 둘 다 자연의 이치를 공부하는 자연과학으로 볼 수 있습니다. 풍수지리 사상과 묫자리의 영향이 크다고 믿으며 눈이 보이지 않는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억울한 사람이 그 한을 풀지 못하고 죽었을 때 혼령이 되며 그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굿을 하는 무당이 있습니다. 한편 일본 귀신은 별다른 이유 없이 해를 가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전부 질색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모두 독립운동가의 이름입니다. 특히 상덕은 이 땅에서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 즉 본인의 딸과 손자가 살아갈 땅을 잘 보존하고 가꾸고자 쇠말뚝을 없애고자 마음먹었습니다. 가족과 민족을 보호하고자 쇠말뚝을 뽑기로 합니다.
이 외에도 차번호가 0815, 1945, 0301 등 독립에 관계된 숫자가 자주 등장합니다. 일제 강점기의 잔해를 뿌리 뽑는 역사적 사실을 대변하는 영화로 보입니다.
4. 파묘 평가
영화 파묘는 817만명을 넘어서며 천만 고지가 코앞에 다가온 흥행 영화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호러 영화이지만 고전적 방식이 아닌 잘 짜인 각본과 독특한 분위기를 통해 압박하는 작품이라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해서도 호평이 자자합니다. 최민식과 유해진은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배우들이라 말할 것도 없고 특히 김고은의 굿 하는 장면은 매우 놀랍고 흥미로웠으며 다양한 패러디가 나올 정도로 관객들의 뇌리에 박혀버렸습니다. 영화의 인기가 계속되다 보니 호평도 많지만 여기저기 뒷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개봉도 안 한 중국에서 얼굴에 한자를 적는 장면을 보고 우스꽝스럽다, 한자 안 쓰는 주제에 멋있는 줄 안다라는 비난이 인기를 끌자 서경덕 교수는 불법다운로드나 하지 마라는 일침을 가합니다. 한편 일부 중국인은 영화를 언급하며 한국의 정치인, 연예인 얼굴에 종이라는 뜻의 한자를 합성한 사진을 유포해 모욕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만큼 영화 파묘가 현재 이슈라는 증거입니다. 영화는 총 6장으로 구성되는데 3장까지가 전반부, 4장부터가 후반부라 할 수 있습니다. 전반부는 대살굿을 벌이고 관을 꺼내고 그 관에서 험한 것이 빠져나온 후 사람이 다치고 목숨을 잃지만 결국 화장으로 그것을 보내기까지의 과정을 다룹니다. 하지만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는 것 마냥 세로로 박힌 첩장을 발견 한 이후의 후반부는 영화 주제 의식을 더 명확히 합니다. 겹쳐진 묘의 비밀을 캐내고 험한 것에 맞서는 풍수사, 장의사, 무당의 모습은 개인과 나라의 한을 풀기 위한 항일 운동가를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